UPL의 작품들을 소개할 때마다 망해버린 명제작사에 대한 아쉬움으로 씁쓸한데요. 이 작품도 매력적인 물건입니다. 바로 1988년작 '아토믹 로보키드 (Atomic Robo-kid)' 입니다.

"Ninja-Kid II / NinjaKun Ashura no Shou"이나 "Mutant Night" 같은 작품들의 주옥같은 캐릭터를 이어 귀여운 로봇 캐릭터를 조종하는 종횡무진 로봇슈팅입니다. UPL 제작자들이 즐겨 사용하는 특유의 미래형 폰트라던가, 스테이지 클리어 시의 확산효과, 번쩍거리는 레이져, 종유석 동굴 등등 UPL 시리즈의 정겨운 흔적들이 비빔밥처럼 어우러져 있습니다. 참고로 닌자군과, 뮤턴트 나이트의 돌연변이 눈알 캐릭터도 게스트로 출연합니다. 잠시 나타났다가 사라지니 눈여겨 보셔야 합니다.

UPL의 작품들은 역시 비쥬얼이 훌륭합니다. 그래픽이 좋다는 말은 여러가지로 해석될 수 있는데, UPL 그래픽의 가치는 조형적이고 개성있는 디자인에 있습니다.


위 스테이지를 보시면 상당히 인상적인 배경을 보실 수 있습니다. 마치 전위적인 현대미술 같은 느낌이지요. 전체적으로는 상당히 미니멀한 파격적인 디자인이지만 특정 기둥에는 이와 대조되는 디테일한 묘사를 가미하여 컨셉을 더욱 두드러지게 표현합니다. 조형원리를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의 작품입니다. 아쉬운 것은 이런 표현들의 가치를 알아볼 수 있는 사람도 별로 없다는 것이죠.


위의 또 다른 스테이지를 보시면, 구름 낀 푸른 수평선 배경 위에 강렬한 색상 대비를 이루는 외계 식물을 표현했습니다. 단순하지만 인상적이고 효과적입니다. 또 게임 중에 여러차례 등장하는 중간보스 캐릭터를 볼 수 있는데, 붉은 핵을 중심으로 동심원으로 날개가 펼쳐진 미니멀한 조형물의 형상입니다. 마치 에반게리온의 사도 디자인 같은 느낌이지요? 상당히 파격적이고 앞선 디자인 입니다.


흘러내리는 나무와 얽힌 뿌리들의 복잡한 모양이 패턴화되어 있는 모습입니다. 가운데 옅은 갈색톤의 나무 기둥을 중심으로 상/하 초록빛으로 표현된 잎/줄기와 뿌리 부분이 차지하는 비율 등을 보아도 조형적으로 적절히 배분되어 있습니다. 2:5:3 정도 되어 보이는데, 이것이 2:4:2가 되면 단조롭고, 1:5:4 가 되면 균형이 깨지고 불안정해 보이게 됩니다. 교과서적인 면분할에 따른 색상배치, 그 통일성 안에서 복잡하게 얽힌 형태들이라도 정돈된 느낌을 줍니다.


스샷들을 보시면 느끼신 분들도 더러 계신텐데, 깊이감 표현에도 상당히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위 배경은 형태와 색감을 이용한 원근 표현을 볼 수 있고...


위의 숲속 배경에서는 빛을 이용한 원근 표현이 감각적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특히 위 배경을 보시면, 일반적으로 명도를 이용해서 원근표현을 하고자 할 때에는 근경을 밝게 처리하고 먼 곳일수록 어둡게 처리하는 방식이 일반적입니다. 그런데 반대로 캐릭터가 어두운 깊은 숲 속에 있고, 저 멀리서 빛이 새어들어오는 것을 표혔했지요. 그런 차이가 얼마나 독특하고 감각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지 보시기 바랍니다.


물론 보시는 바와 같이 일반적인 메카닉 표현에도 능합니다. 메카 지형물에 설치된 회전식 포대 디자인도 완성도가 높습니다. 둥근 돔 형태에 포신이 튀어나온 전형적인 디자인이 아닙니다. 꼼꼼히 신경을 쓴 흔적이 보이지요.

전체적인 틀은 "Ark Area" 와 "Ninja-Kid II / NinjaKun Ashura no Shou"를 혼합시킨 형태입니다.
처음엔 컨트롤이 조금 어색한데, 일반적으로 슈팅은 유닛이 한쪽을 바라보고 있는데 반해, 이 작품의 유닛은 슈팅게임임에도 불구하고 액션게임처럼 방향키를 좌우로 입력함에 따라 앞뒤로 돌아보게 됩니다. 슈팅에서 이처럼 앞뒤를 돌아보는 경우도 있긴 합니다. 대표적으로 "사이드 암즈" 같은 로봇 슈팅이 있죠. 그러나 이런 경우도 방향키 커맨드 입력에 따라 뒤를 돌거나 하지는 않고 별도로 뒤로 돌아보는 버튼을 제공합니다. 이 작품의 특이한 유닛 컨트롤은 UPL의 비행슈팅 "Ark Area" 와 유사합니다. 그 외에 스테이지는 "Ninja-Kid II / NinjaKun Ashura no Shou"나 "Mutant Night"의 던전과 유사하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4종류의 개성있는 무기를 보유할 수 있고, 필요에 따라 바꿔가며 사용할 수 있습니다. 4개의 무기가 다 나름 괜찮아서 상황과 취향에 따라 적절히 사용할 수 있는 좋은 시스템 입니다. 좁은 방에서 적과 마주보고 1:1 맞장뜨기 미션이라든가, 거대 보스전, 스크롤 미션 등의 다양한 구성은 슈팅이면서도 액션 장르의 냄새가 많이 풍깁니다.

사운드 역시 닌자키드나 뮤턴트나이트 같은 UPL 특유의 전자음이 정겹습니다. 효과음, 배경음악 다 괜찮고, 다만 배경음악의 멜로디라인은 두 작품에 비해 다소 약한듯 한데, SF특성을 감안하면 적절하게 사용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이 작품은 UPL 작품 치고 난이도가 괜찮은 편입니다. 닌자군이나 뮤턴트나이트는 굉장히 어렵습니다만, 이 작품은 도전의욕을 적절히 일으킬 정도의 난이도 입니다.



예전에 다른 유저가 클리어한 영상을 올렸었는데, 이번에 제가 직접 플레이한 것으로 교체했습니다. 사실 현역 가동기에 저는 이 게임을 별로 하지 않았습니다만, 보니까 충분히 원코인 하겠다 싶어 도전하여 어렵지 않게 클리어 했습니다.

1:1 맞다이 스테이지에서 괜히 서두르다가 한 대 개죽음 당한 것이 좀 걸리긴 합니다.

Post A Comment: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