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이 닌자에게 납치되고, 납치된 대통령을 탱크탑에 츄리닝 입은 껄렁한 녀석이 맨주먹으로 구출한다"는 내용으로 '데이터 이스트'가 1988년 발매한 횡스크롤 액션 '배드 듀즈 vs. 드래곤닌자 (Bad Dudes vs. Dragonninja)' 입니다.

미국의 애완견 같은 지금의 일본을 생각하면 어처구니 없는 설정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만, 이는 사실 당시의 세계정세를 잘 반영하고 있는 것입니다. 공산주의의 종주국과 같은 소련이 붕괴하게되면서 냉전시대 자유민주진영을 대표하는 미국인의 관점에서는, 소련이라는 최대의 군사적 위협이 사라지고 대신 1980년대 거품경제로 호황이 극에 달하며 미국의 기업과 부동산 등을 마구잡이로 삼키는 일본이 새로운 경제적 위협으로 인식되는 시기였습니다. 그래서 당시의 헐리우드 영화에는 일본이 적으로 등장하는 영화가 많습니다. 지금은 중국인이 적으로 자주 등장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지요.

게임을 찬찬히 뜯어보면 사실 별 장점이 없이 단순한 게임 같습니다만, 개인적으로 왠지 정이 가는 게임입니다. 타이틀 화면의 얼굴은 아무리봐도 이소룡에게서 모티브를 딴 것 같은데, 게임상에서 모습은 전형적인 80년대 미국 영화의 전형적인 양키 떡대의 이미지 입니다. 탱크탑을 걸치고 컨버스를 신은 스포티한 차람새에 이소룡의 쌍절곤, 그리고 닌자... 다양한 문화적 ICON을 버무려놓은 작품입니다. 게다가 엔딩을 보면 구출된 대통령이 한다는 소리가 "가서 햄버거나 먹자구"... 그 시절의 미국 감성이 물씬 풍기는 대사입니다.

게임 중간에 기차 위에서 싸우는 스테이지에서 잘 보면 어느 칸에 명작게임 '체르노브'의 광고가 그려져 있습니다. 은근히 이것저것 신경쓴 모양입니다만 정작 게임 내용은 아쉬움이 많습니다.

일단 너무 어둡고 우중충합니다. 컨셉은 80년대 헐리우드 유쾌한 B급 액션 감성인데 화면 분위기는 세기말 디스토피아 분위기 입니다. 캐릭터의 모션도 딱딱하고, 적들도 움직임이 너무 획일적입니다. 줄지어 오는 적들이 같은 동작으로 주르륵 늘어선 모습은 좀... 물론 '파이널 파이트' 같은 2.5D 방식이 아니고 플랫폼 게임과 같은 사이드뷰 진행이니까 조금 다르긴 합니다만, 아무리 그래도 이건 그래픽 조금 개선된 '스파르탄 X'같은 느낌이 듭니다. '파이널 파이트'가 이 작품이 발매된 바로 이듬해인 1989년 작품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좀 그렇지 않습니까?

게다가 기차 위에서 싸우는 스테이지 등을 보면 배경으로 지나가는 풍경이 부드럽게 연결되지 않고 딱 끊어지는 부분들이 눈의 띕니다. 이런건 당연히 부드럽게 연결되어 타일링 되도록 만들었어야지요. 심지어 해당 스테이지에서는 덜컹거리며 달리는 열차의 효과음 조차도 없습니다. 이런 부분들은 성의가 없었다고 보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당시 아케이드 시장을 우습게 본 것일까요?

그리고 게임의 컨셉을 생각하면 뭔가 더 호쾌하게 적을 응징하는 그런 타격감 같은 맛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점도 아쉽습니다. 차지샷 같은 기술은 일반 펀치와 킥과는 달리 적들이 뻥뻥 나가떨어진다던가 하면 좋을텐데, 아무런 차이가 없습니다.

그리고 사운드도 퀄리티가 매우 떨어집니다. 배경음악의 질도 낮고, 그나마도 없다시피한 구간도 많습니다. 음성은 '64번가' 처럼 60년대 이전 드라마 음성 퀄리티인데, 64번가는 시대적 배경이 그러해서 컨셉이라 치지만, 이 게임은 아니잖습니까.

개인적으로 이 게임에서 마음에 드는 부분은 타이틀 화면 디자인과 엔딩에서의 백악관 배경샷 뿐입니다. 이 정도 완성도라면 '더블 드래곤'이 1987년도니까 1986년도에는 발매되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1988년이라면 좋은 점수를 주기는 어려운 작품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리플레이 영상은 '마이크 마이어스 (Mike Myers)'라는 유저의 노미스 원코인 영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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